WISE선 녹음

녹음된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한 내용입니다.
각 인물의 목소리는 A, B로 구분합니다.


녹화 내용

녹음 장소: 5층 모니터실
녹음 시작 일시: 2047년 3월 4일 01:02

(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, 경쾌한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.)
A: 좋은 밤입니다, 녹스 씨.
B: 오? 나 말고 이 새벽에 여기 누가 있나 했는데 말이야~ 좋은 밤!
A: 어쩐 일이십니까?
B: 그냥~ 오늘 지구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니까 뭔가 마음이 싱숭생숭~ 해서. 우주도 지구도 더 많이 봐야겠다 싶어서 구경하러 왔지.
A: 그렇군요. 이해합니다.
(한동안 정적이 흐른다.)
A: 녹스 씨는 '관리한다'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?
B: '관리'? 갑자기?
A: 네, '관리'요.
B: 어, 그러니까...
(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린다.)
B: 아랫사람을 그 뭐냐, 감독하고... 지휘하고, 뭐 그런 거라고 하면 되나? 그런데 이런 답을 원한 건 아닌 것 같고.
A: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겠죠. 그런데...
B: 그런데?
A: 아까 관리자님과 이야기하다,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어서요. 자신이 생각하는 '관리한다'는 의미에 대해.
B: 호오, 궁금해지네.
A: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. '관리한다'는 것은 아랫사람을 부리는 것인 동시에, 모든 책임도 같이 지겠다는 의미라고.
마치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라고요.
그래서 사람에게 명령을 직접 내리기 어려운 자신에게 있어서 '관리한다'는 것은, 곧 '책임을 진다'는 의미라고...
그렇게 말씀하시더군요.
B: 하하. 참 좋은 사람이라니까, 관리자님은.
A: 정말, 존경스러운 분이죠.
(잠깐 정적.)
B: ...그래서, 고백은 안 했고?
(당황한 기침 소리가 난다.)
A: ...크흠,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.
(키득거리는 웃음 소리.)
B: 내가 이런 건 또 눈치가 빨라서 말이야. 당연히 짝사랑이겠고... 얼마나 된 거야?
(난감하다는 듯, 끄응 소리가 들리고 잠시 정적이 이어진다.)
A: ...20년은 넘었겠군요.
(휘파람 소리.)
B: 와우. 엄청난 로맨티스트였네, 카엘 씨는.
A: 어린 시절부터 알던 사이다보니... 여튼, 그렇습니다. 그 정도 기간이 되면, 미련도 없어지더군요.
B: ...흠, 진짜?
A: 음, 아마도요...
B: 있구만, 있어.
A: ...크흠, 어차피 기대해봤자 이뤄지지 않을 걸 아니까요.
B: 그럴거면 고백하고 깔끔하게 잊는 것도 좋지 않겠어?
A: 음... 아니요, 관리자님께 마음의 부담을 지우고 싶지는 않아서요. 저는 그저 곁에 오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려 합니다.
B: 쉽지 않은 길을 선택했네... 참.
(혀를 차는 소리.)
B: 연애 상담 필요하면 말해. 내 전문이니까~
(피식 웃는 소리.)
A: 고려해보겠습니다.
B: 지구로 가면 술이나 한잔 하면서 얘기 좀 해보라고. 연락해~ ...아, 술은 안 좋아하나?
A: 음, 마셔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...
B: ...이거 이거, 이 나이 될 때까지 헛살았구만. 언제 한 번 날 잡고 꼭 마셔야겠어.
A: 좋습니다. 언제 한 번 만나시죠. ...할 이야기가 많습니다.